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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에서 ‘황제’로… 구광모는 누구?

정략 대신 연애결혼, 소탈한 성격 ‘눈길’

2018-05-25 10:00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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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큰 별이 졌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 그룹은 고인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41)가 이끈다.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 12년 만에 정식 후계자가 된다.
故 구본무 LG 회장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오른쪽은 아들 구광모 LG전자 상무)
LG가 4세 경영을 본격화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5월 20일 타계하면서다. 향년 73세. 구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고 한다. 앞서 5월 17일 LG는 이미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구 상무를 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오는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이를 확정한다. 이때부터 경영 전면에 나서게 된다는 얘기다.
 

직원과 야구 관람, 소탈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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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상무는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세간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다. 그는 미국 뉴욕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에 대리로 입사하고 1년 후 과장을 달았다. 이후 LG전자 미국 뉴저지 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를 거쳤다. 2015년 ㈜LG 시너지팀에서 상무로 승진한 후 경영전략팀 등을 거쳤다. 특히 IT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아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 참석하고,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직접 챙겨왔다.
 
그룹 관계자는 “오너가(家)이지만, 충분한 경영 훈련 과정을 거치는 LG의 인사 원칙과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 전략부문에서 또 사업 책임자로서 역할을 직접 수행하며 경영 역량을 쌓아왔다”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은 고객과 시장 등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고 앞서가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데 힘을 쏟으며,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또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존중하고 야구 관람도 같이 즐기는 등 소탈하게 지낸다”면서 “그렇지만 일의 실행에 있어서는 깊숙이 챙기고 실무진이 미처 생각지 못한 것까지 짚어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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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LG 명예회장(앞줄 가운데) 미수연 기념모임. 앞줄 왼쪽에서부터 장남 구본무 회장 부부, 구 명예회장, 큰손녀 연경씨 부부, 구본준 부회장의 딸 연제씨, 뒷줄 왼쪽부터 3남 구본준 부회장 부부, 장손 광모씨, 차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부부,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부부.


집안 반대 무릅쓴 ‘연애결혼’
 
결혼에서도 그의 ‘실행력’은 빛을 발했다. 구 상무는 2009년 10월 결혼했다. 상대는 정효정 씨. 식품업체 보락 정기련 대표의 맏딸이다. 4살 터울로 알려진 둘은 미국 유학 중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효정 씨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뉴욕에서 유학생활을 했다. 결혼 당시 주변인에 따르면, 효정 씨가 성격이 원만하고 매사에 성실해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한다.
 
LG가는 그간 정략결혼이 일반적이었다. ‘사랑’을 주축으로 한 결혼은 순탄하지 않았다. 특히 구본무 회장 측에서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10대 대기업의 사돈 혼맥으로, 당시 매출액 180억원 정도인 중소기업은 사돈으로 걸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국내 재벌가 중 LG가는 화려한 혼맥을 자랑한다. 창업주인 구인회 회장부터 이뤄진 허씨 가문과의 인연은 물론이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씨도 김태동 전 보사부 장관의 딸이다.
 
신부 측도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소문난 종갓집인 LG가 장손에게 시집 보낸다는 게 큰 부담이었던 것.
난공불락의 벽을 깬 건 구광모 상무다. ‘철저한 실행을 중시하는’ 그답게 결혼을 극구 고집했다고 한다. 어머니 김영식 여사도 구원투수가 됐다. 결혼 당시 한 재계 관계자는 “시어머니가 될 김 여사가 효정 씨를 특히 마음에 들어 했다”면서 “인품이 좋기로 유명한 김 여사 마음에 든 규수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실제로 김 여사는 결혼 준비 과정을 직접 꼼꼼히 챙기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김 여사는 대기업 안주인이면서도 겸손하여 주변 사람들에게도 칭송이 자자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한 번도 뵌 적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한국 민화계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다.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에서 도자기를 공부하던 중 민화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최근까지 이따금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한편 구광모 상무와 효정 씨 사이에는 미국에서 출산한 자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양자로 입적, 그룹 총수까지… 한 편의 드라마
 
구광모 상무는 1978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학창시절에도 재벌가 자제 티를 내지 않고 소박하게 지냈다고 한다.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된 친구들이 “LG 대리점 아들 아니냐”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현재는 고 구본무 회장의 장남이지만 사실 친부모는 따로 있다. 구본무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그의 첫 아내인 강영혜 여사다. 강영혜 여사는 지난 1996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구본능 회장은 사별 2년 후인 1998년, 지금의 부인인 차경숙 여사와 혼례를 치렀다.
 
구광모 상무가 구본무 회장의 아들이 된 건 2004년이다. 딸(연경·연수)만 둔 구본무 회장이 가족회의를 통해 구광모 상무를 양자로 들이기로 한 것. LG가의 ‘여자들은 나서지 않는다’는 유교적 가풍에 따른 결정이다. 20여 년간 ‘큰아버지’였던 구본무 회장이 아버지가 된 셈이다.
 
구본무 회장에게도 사실 아들이 있었다. 친아들이던 구원모 씨는 1994년 6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잃은 구본무 회장은 독실한 불교신자인 부인 김영식 여사를 따라 한동안 서울 삼청동 칠보사를 찾았다고 한다. 아들의 위패를 칠보사에 안치하고 이때 불교에 귀의했다. 후계를 고민하던 구 회장은 51세 늦은 나이에 또 한 번 출산을 감행했다. 그때 태어난 인물이 딸 구연수 씨(23)다. 가문의 법통을 좇아 구광모 상무가 후계 구도의 중심이 된 배경이다.
 
 

 

“연명치료 하지 않겠다” LG그룹 구본무 회장, 숙환으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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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2월 22일 LG 회장 이취임식에서 구본무 신임 회장이 LG 깃발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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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8월 구 회장(오른쪽)과 구자경 명예회장(왼쪽)이 담소하고 있는 모습.

구본무 LG 회장이 5월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구 회장은 작년 뇌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대외활동을 자제해왔으나, 지난 4월 병세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LG측은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평소 고인의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전했다.
장례 역시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하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의 뜻에 따라 가족 외의 조문을 받지 않고 가족장으로 치른다. 고인은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왔으며,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아 했다고 한다.
 

# 와병 중에도 부친이 당부한 사업 꼼꼼히 챙겨
구자경 명예회장, 고인 모두 아들을 먼저 보내는 아픔 겪어
 
고인은 투병 중에도 지난해 다섯 차례 공식 행사에 참여했다. 이 가운데 4개가 연구 개발 관련 행사였다고 한다. 지속적인 연구 개발 노력은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1995년 고인에게 대권을 물려주면서 신신당부한 얘기였다고 한다.
 
올해 93세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이번 맏아들(구본무 회장)의 비보를 천안 자택에서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구 명예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천안 연암대학 인근 자택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데,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아들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고 한다. 고인 또한 외동아들을 사고로 먼저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 병명은 조부인 구인회 LG 창업주와 같은 뇌질환
둘 다 이른 나이에 세상 떠나 가족들의 슬픔 더 커
 
고인의 사만원인은 뇌질환이다. 고인의 조부이자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도 1969년 뇌종양으로 사망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62세, 이번에 세상을 달리한 구본무 회장의 나이는 73세다. 의학 등 발달로 평균수명이 1960~70년대보다 크게 늘어난 점을 감안할 때 가족들의 슬픔은 마찬가지로 컸을 것이다.
 

# 구 회장 별세로 구광모 LG전자 상무 부상
고인 사망 직전 LG 사내이사 선임돼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차기 그룹 대권주자로 떠오른 이는 구광모 LG전자 상무다. ㈜LG는 구 회장의 사망 3일 전인 5월 17일 구 상무를 ㈜LG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LG 측은 “구본무 회장이 와병으로 ㈜LG 이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있어 주주 대표 일원이 이사회에 추가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해 구 상무를 선임한 것이다”며 “이는 또한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는 일환이다”고 쐐기를 박았다. 구 상무는 고인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고인은 외동아들을 사고로 잃자 2004년 구 상무를 양자로 맞았다. 장남에게 그룹 대권을 물려주는 LG그룹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장자가 경영권을 승계하면 다른 형제들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고 퇴진하는 LG가 전통에 따라 고인의 둘째 동생 구본준 LG 부회장도 독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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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다  ( 2018-05-31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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