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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지는 갑질 폭로&평창동 집 직접 가보니

2018-04-25 14:13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김아름·조선DB·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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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대한한공 갑질 논란을 접한 이들의 반응이다. 조현민 전무에서 촉발된 논란은 한진그룹 총수 집안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항공 전 부기장 L씨는 한 방송을 통해 “조현민 전무의 폭언과 욕설 등은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평소 언행을 빼닮은 것”이라고 밝혔다. 인천 H호텔에 근무했던 A씨를 통해 추가 사례를 들어봤다.
A씨의 고백, “뺨 맞은 직원 한둘 아냐”

기자 또한 이 이사장의 만행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지난 2010년께, 국내 주재 외국인 총지배인들의 모임 행사가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적이 있다. 그때 연이 닿은 호텔 관계자 A씨는 이 이사장에 대해 “호텔에서 사실상 ‘회장님’으로 통했다”고 귀띔했다. A씨는 현재 전혀 다른 직종으로 이직한 상태다.

어렵게 다시 연락이 닿은 그는 “당시 호텔에서 전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기 때문에 종사원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면서 “들은 바로는 호텔에서 (이 이사장에게) 뺨 맞은 지배인이 한둘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A씨는 또 “이 이사장이 호텔 내 업장에서 그를 몰라본 직원을 향해 ‘내가 누군 줄 알아? 대한항공 사모야!’ 하며 소리 지른 일은 직원들 사이에서 패러디되며 회자되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아끼던 신입 직원 한 명에게는 사진까지 보여주며 대한항공 사모니까 깍듯하게 하라고 언질을 준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조 전무의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그 호텔은 점유율이 100%에 수렴했는데 조현민 전무가 갑자기 빈방을 달라며 지배인을 볶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2014년 땅콩 회황 논란이 벌어졌을 때 ‘사실 조현아는 양반인데’라는 생각을 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어지는 내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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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언론에서도 이 이사장의 만행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최근 한 매체에서는 호텔 직원이 실수로 이 이사장에게 ‘할머니’라고 부르자 폭언이 날아왔고, 결국 퇴사 조치된 사례를 보도했다.

이 이사장의 자택 공사를 맡았던 작업자가 그의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파일에는 이 씨가 “세트로 다 잘라버려야 해. 잘라. 아우 저 거지 같은 놈. 이 ××야, 저 ××놈의 ××. 나가” 등 욕설을 하는 것이 담겨 있다. 당시 인테리어 공사에 참여한 작업자는 “이 이사장이 무릎을 꿇리고 갑자기 따귀를 확 때렸는데 직원이 고개를 뒤로 피했다”며 “그랬더니 더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무릎을 걷어찼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수행기사였던 40대 B씨의 폭로도 나왔다. B씨는 하루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임원 면접을 볼 때까지만 해도 운전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출근한 지 하루 만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B씨는 “집사가 조금만 늦어도 바로 ‘죽을래 ×××야’ ‘××놈아 빨리 안 뛰어와’ 등 욕설이 날아왔기 때문에 집사는 항상 집에서 걷지 않고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필리핀 가정부 여자가 있었는데 아마 우리말을 정확히 다 알아듣는 한국 사람이었으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현직 직원의 고발도 잇따랐다. 자신을 ‘현재 대한항공 직원’이라고 밝힌 인물은 총수 일가와 관련된 고발 글을 썼고, 익명 커뮤니티 등을 통해 공개했다. 그는 해당 글에 “이명희 여사는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폭언과 욕설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라며 “그중에서도 운전기사들이 당한 수모는 눈물겹다. 욕설은 당연하고 얼굴에 침을 뱉거나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고 적었다. 또 한진 총수 일가가 자택 가정부로 외국인을 선호한다면서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니 마음 편하고 말 그대로 막 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대한항공 필리핀 지점이 가정부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총책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사와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익명의 글이라 사실 확인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현민, “특수폭행죄까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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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대한항공 일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조사 중이다.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은 조현민 전무를 고발하는 글을 시작으로 촉발됐다.

지난 3월 1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앱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내용은 “조 전무가 대한항공의 광고제작을 맡은 업체와 회의하다가 한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것. 더불어 “1차로 유리병에 들어있는 음료수를 던졌고, 분이 안 풀려 물을 뿌린 것. 화가 난 이유는 본인의 질문에 답을 못 해서”와 같은 내용도 담고 있었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순식간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컵을 바닥으로 던지며 물이 튀었을 뿐 직원 얼굴을 향해 뿌리진 않았다”고 해명에 나섰고, 조 전무도 페이스북에 “어떤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동으로 할 말이 없다”며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각종 온라인 익명 게시판 및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조 전무의 과거 갑질 행위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반말은 예삿일이고, 나이가 곱절은 많은 임원에게도 욕설을 일삼았다. 명함을 건네자, ‘사원 나부랭이가 무슨 명함을 주냐’고도 했다. 자신이 몰고 온 차 열쇠를 던지며 주차하라고 했다” 등 그야말로 봇물 터진 듯했다. 한 광고대행사 직원은 “1년에 300억~400억원 하는 광고주를 기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며 끌탕하기도 했다.

경찰까지 나섰다. 경찰은 “조 전무가 종이컵에 든 매실 음료를 광고대행사 직원들을 향해 뿌렸다. 피해자가 얼굴과 안경, 어깨를 닦았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조 전무를 폭행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이후 조 전무를 포함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사무실 서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아니라 휴대전화를 압수한 이유는 폭행 의혹과 관련해 관계자에 대한 말맞추기, 회유, 협박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압수물을 분석하는 대로 곧바로 피의자인 조 전무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 전무가 종이컵을 뿌리기에 앞서 물이 든 유리컵을 던졌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만약 조 전무가 직원을 향해 유리컵을 던졌다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되는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참고로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은 조 전무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라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조양호 회장 평창동 자택 직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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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회장의 평창동 자택

논란이 극에 달한 가운데, 지난 4월 19일 조양호 회장의 자택을 찾아가봤다. 조 회장의 자택은 평창동 무애선원 인근에 있다. 1652m² 대지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이다. 자택은 동쪽이 낮고 서쪽은 높은 비스듬한 지형을 활용해 지었다. 동쪽 지하층은 한 면이 완전히 개방된 형태다. 지상에는 한옥 시설물이 들어서 있어 평창동 일대를 내려다볼 수 있다.

조 회장은 평창동에 자택을 짓기 위해 해당 부지들을 2004년과 2008년, 2010년에 차례로 매입했다. 3개 필지 모두 조 회장과 부인 이명희 씨가 2분의 1씩 나눠 보유해 공동 명의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택 건물은 조 회장이 10분의 7, 이명희 씨가 10분의 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정오 직후 찾아간 조 회장의 자택 인근은 예상대로 적막했다. 철옹성 같은 주택이 즐비했고, 약 30분 사이 동네 주민이 한 명도 지나가지 않았다. 1인 시위자도 없었다. 조 회장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인테리어를 진행했고, 지난 2014년 구기동 자택을 떠나 이 집으로 이사했다. 구기동에서만 30년 넘게 살았다. 구기동 주민들에게 조 회장 일가는 유명했다고 전해진다. 구기동에 거주하는 문화예술계 관계자 C씨는 “워낙 조용한 산동네고, 오랫동안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동네에서 그 집은 유명했다”면서 “이사한다고 했을 때 이웃들이 ‘이젠 조용해지겠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동화책 쓴 조현민, 출판사엔 갑질 안 했나?

한편 조 전무는 지난 2014년 어린이 여행 동화작가로 데뷔했다. 동화의 제목은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글 조현민 그림 장명진)이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 지니가 배낭여행을 떠나는 스토리인데, 꼬박 2년 반 동안 ‘직접’ 집필하고 꾸준히 시리즈를 내놓아 화제가 됐다.

데뷔 당시 그는 출판간담회를 통해 “어려서부터 글 쓰는 걸 좋아했다. 집에서 말괄량이어서 글을 모를 때는 언니가 쓴 걸 제가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서 읽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조 전무는 조현아 부사장 얘기도 했다. 그는 “언니와 나는 성향이 다르다. 언니는 논리적인 부분이 강하고, 첫째라서 그런지 차분하고 우아한 경향이 있다”면서 “나와는 아주 다르다”고 했다.

출판사 관계자들은 그와의 작업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 책을 낸 출판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들어 조 전무의 책과 관련한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몇몇 학부모들은 “저자 조현민이 그 조현민이냐”고 묻기도 하고, 매체에서는 “출판사에는 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고. 이 관계자는 “하지만 출판사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조 전무의 저서에 그림 작업을 했던 장명진 작가 또한 “조 전무와의 작업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불미스러운 일은 전혀 없었다”고 정중하게 말했다.
 
 


조현민의 앞날은?
“경영 승계 못 한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막내다. 20대 중반에 대한항공에 입사해 광고·홍보·마케팅 분야 업무를 총괄해왔다. 현재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 외에도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오너 3세로 그룹 경영에 참여해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그가 외국 국적이라는 데 있다. 조 전무는 미국 하와이 태생으로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라는 미국 이름을 갖고 있다. 현행법상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항공사 지분의 절반 이상이나 그 사업을 ‘사실상 지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조 전무가 소유하고 있는 한진칼의 지분은 2.3%에 불과하지만 일가 전체를 합치면 25% 가까이 된다. 이와 관련, 국토부에서는 뒤늦게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조 전무가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국적법 제9조는 국가나 사회에 위해를 끼치거나,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사람의 국적 회복을 불허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 및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법무부장관이 인정하는 사람도 국적 회복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경찰 조사에서 조 전 전무의 위법 여부가 확인된다면 국적 회복이 불가능해질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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