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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덮친 ‘스쿨미투’ 열풍

우리 아이도 안심할 수 없다?

2018-03-28 10:14

취재 : 박지현,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셔터스톡,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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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는 없었다. 권위에서 기인한 무분별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이 교정까지 스며들었다. 개학을 맞은 지 한 달째. 여느 때 같으면 활기로 넘쳤을 교정이 긴장감으로 뒤덮인 상태다.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이 감지되면서다. 딸이 얘기를 안 했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남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른바 ‘스쿨미투’의 여러 사례와 학원가 변화를 짚어봤다. 더불어 해결책도 제시해봤다.
part 01.
정선 양의 #MeToo

“선생님, 왜 그랬어요?”

성역도, 성별도 없다.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넘어 교정까지 스며들었다. 초중고 학생들의 피해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남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양한 ‘스쿨 미투’ 사례를 짚어봤다. 피해자 한 명도 직접 만나봤다.

취재 박지현 기자 사진 셔터스톡,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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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설득 끝이었다. 정선(가명) 양의 입을 여는 건 쉽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일을 공개하기가 여전히 두렵다고 했다. 정선 양은 3년 전, 지방의 한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닌다. 그 또한 교사를 꿈꾸고 있다. 발설이 더욱 조심스러운 이유다. 그는 “혹시 이런 말을 했던 게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봐 걱정된다”면서 “신원을 철저히 보호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미 상담을 해봤지만, 아무런 변화가 일지 않았던 경험도 한몫했다. 그는 “그때 다니던 학원이 굉장히 소규모여서 (여)선생님과도 친구처럼 지냈다”면서 “조심스럽게 이 일화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학원 선생님은 그가 유일하게 의지한 ‘어른’이었다.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정선이 네가 예뻐서 그런 거야’라고요. 사회 나가면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그런 일도 참아야 더 큰 사람이 된다면서, 본인이 왜 일반 회사를 그만두고 강사를 하게 됐는지 얘기하기 시작했어요.”

그가 입을 뗀 데는 이유가 있다. “최근 ‘스쿨미투’가 공론화되면서 변화의 여지가 일고 있더라. 아직 실명을 밝힐 용기는 없지만,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선 양은 고3 시절 예체능 교사 A씨로부터 지속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체벌할 때 매를 들진 않았지만 “너에게 물리적인 힘을 가해줄게”라면서 팔 안쪽을 만지곤 했다. 겨드랑이 근처 부드러운 살을 움켜잡듯 꼬집는 거였는데, 굉장히 수치스러운 벌이었다.

“그때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돌았어요. 위팔에 있는 살의 정도가 가슴 크기와 비례한다고. 그래서 그렇게 팔뚝 살을 만지고 다니는가 싶어 끔찍했습니다.”

이론 수업 시간에 야한 얘기는 기본이었다. 아내의 가슴 얘기를 하면서 ‘낑깡’을 언급하거나 여자는 첫 팬티를 잘 벗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아이들은 그를 ‘변선생(변태선생)’ 혹은 ‘변남(변태남자)’이라 불렀다. 하지만 보통은 깔깔거리거나 ‘꺅!’ 하면서 그저 해프닝으로 넘기곤 했다. 하지만 정선 씨에겐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매점에 갔어요. 수업 시간이 임박해서 아무도 없었죠. 딸기우유를 하나 사고 빨리 교실로 올라가려는데, A가 매점 옆 자판기 앞에 서 있더라고요. 저를 보더니 이름이 뭐냐면서 가까이 다가왔어요. 그러더니 갑자기 명찰을 만지작거리는 거예요.”

명찰이 가슴팍에 달려 있다 보니 손가락이 가슴에 닿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복이라 옷도 얇았다. 그러더니 “딸기우유를 먹어서 그런가?”라며 웃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는 갑자기 “넌 내 이름 아느냐, 모르면 그냥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잘못 들었나 싶어서 “네?”라고 했더니 “그냥 가. 늦었다. 빨리 올라가” 하며 손을 휘휘 내둘렀다고 한다. 정선 씨는 “그러면서 웃던 모습이 아직까지 더러운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 이어 정선 양은 “이외에도 불쾌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정황을 설명하려면 그의 신상과 내 신상이 어느 정도 노출될 것 같다”면서 끝내 말을 아꼈다.

비단 고등학생 때뿐만이 아니다. 정선 양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년에 한 명씩은 그런 선생님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이런 일들이 굉장히 만연했었다”면서 “그땐 이런 선생님의 행태를 어디에 고발해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는 어떤 선생님이 숙제를 안 해왔다고 브래지어 끈을 튕긴 적도 있어요. 잘했다고 칭찬할 때는 뒷목덜미를 주무르듯 쓸어내리기도 했고요.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죠. 50대 음악 선생님이었는데, 운동장 벤치 같은 데서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으면 ‘임신당하고 싶냐’는 말도 했습니다. 제 친구는 그 선생님한테 ‘졸업하면 연애하자’는 말도 들었다고 했어요.”

정선 씨는 이 사건을 엄마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는 항상 “어른 말 잘 들어라, 예의 바르고 상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땐 그런 말을 하는 엄마가 잠깐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는 “나도 앞으로 자식을 낳고 학생들을 가르칠 텐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스쿨 미투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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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양과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서서히 입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스쿨미투’ 페이지까지 개설돼 용기 있는 자들의 목소리가 하나씩 모이고 있다. 학생, 교사, 교내 노동자 모두 이용할 수 있는데, 비교적 최근에 당한 경험부터 약 30년 전 일까지 70개가 넘는 미투 선언이 올라온 상태다.(3월 19일 기준)

지난 3월 10일에는 최근 미션스쿨 교내 목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1 여학생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기독교 계열 여중을 졸업한 A양은 교내에 상주하던 K목사가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하거나 “나중에 네 남편 될 사람이 부럽다”며 엉덩이를 쥐었다고 고백했다. A양은 K목사가 생활기록부에 부정적인 내용을 적겠다고 협박하며 다른 여학생들에게도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페이지 51번째 미투로 올라온 이 글은 1000개가 넘는 공감을 받았고, 200회 가까이 공유됐지만 현재는 제보자의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재수생 시절 고교 담임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경험담도 올라왔다. 피해자 A씨는 5년 전 기억으로 아직까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다. 재수생활 상담을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연락을 해온 교사 B씨. 학원이 끝난 밤 10시에 만났고 “갈 곳이 마땅찮으니 음식을 사서 모텔에 가자. 내가 설마 너를 어떻게 하겠느냐”는 말에 따라갔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A씨는 이후 극심한 2차 피해에도 시달렸다. 학교에 알리자, 당시 재학생들은 신상 캐기에 나섰고 “왜 당신 같은 사람 때문에 우리 선생님을 잃어야 하느냐” 하는 악담에 반년 동안 시달렸다고 했다. 이후 교사 B씨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경기도 광주의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고 한다. A씨는 “이후 결혼도 하고 버젓이 교단에 서서 살고 있는데 나는 후폭풍으로 개명까지 했다”며 “비통하다”고 밝혔다.

올 초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학생 10여 명을 상습 성추행해 구속된 적도 있다. 한 국립 예술고등학교 교사 A씨는 학생 10여 명을 상대로 한복 고름을 매준다며 가슴을 만지거나 교복 치마를 검사한다며 치마를 들추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학부모들이 밝힌 신고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한편, “여자들은 임신하면 끝이야” “(내가) 허리에 손 감고 등교해줄게” 같은 언어적 성희롱도 했다.
 

남학생의 ‘미투’도 예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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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9일에는 인천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이 남성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5월 교수가 “물어볼 것이 있다”면서 교수실로 불러낸 뒤 신체 중요 부위를 만졌다는 것이다. 피해 남학생은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학교생활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참았다”면서 “남자도 권력형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여교사가 남학생을 성추행한 일도 있다. 지난 2014년 청주 모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여교사 A는 남학생들에게 “나는 가슴이 너무 커서 고민이다. 너희들 야동 봤느냐. 안 봤으면 보여줄까?”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A교사는 수업 도중 남학생을 상대로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한다며 가슴을 만지는 행위를 했다고 학부모들은 주장했다. 당시 이 같은 사실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일부 학부모들의 오해로 부풀려진 사실도 있지만 학부모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교사를 전보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인천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반 학생들을 성희롱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5학년 담임인 A씨는 수업 중 “요가학원 놀이”를 하자며 자신의 엉덩이를 두드리라고 시키고 파스를 붙이게 하는 등 남학생 9명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폭언한 혐의를 받았고, 결국 직위 해제됐다.

이 같은 남성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3월 1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밝힌 ‘2017 성폭력·가정폭력 남성 피해자 지원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력을 당한 남성은 지난 2014년 1066명에서 2016년 1212명으로 150명 가까이 증가했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은 건수를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part 02.
스쿨미투 대책은?

“그 상태 그대로 씻지 말고 엄마한테 와”

취재 황혜진 기자 사진 이종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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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학원계의 미투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딸 셋을 둔 주부 J씨는 “성 지식이 부족하고 인지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상하관계나 권력관계를 이용해 피해 사실을 말 못 하게 만드는 이들은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보면 적극적으로 거절 의사를 밝히라고 하는데 내용이 동의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실질적인 지침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둔 주부 P씨는 “아이에게 성희롱이든 성추행이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당한 게 잘못이 아니라 가해한 사람이 잘못한 것이니 엄마한테는 꼭 얘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성폭행의 경우 DNA를 보존해야 하므로 그 상태 그대로 씻지 말고 엄마한테 오면 조치를 취해줄 거고, 도와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말만 해줄 수 있었다”고 했다.
 

학원에 성범죄 경력 조회 사항 비치하기도

서울 모처에서 종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H씨는 “오래전 한 선생이 자꾸 학생들 팔이나 목을 만진다는 이야기가 접수돼 권고사직한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성폭력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했느냐고 묻자 “모든 남선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 수 없어 조심스럽지만 요즘에는 미투 운동 이야기를 하며 강사들에게 간단히 주의를 주는 정도”라고 답했다. 또 다른 학원을 운영하는 K씨는 “강사를 채용할 때 성범죄 전력이 있는지 조회 정도는 해보고 있다”면서도 “큰일이 벌어지면 강사를 해고할 수 있겠지만 사전에 특별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은 10년 동안 학원에 취업할 수 없다. 사교육 기관은 강사를 채용할 때 성범죄 전력을 조회해야 한다. 연령,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아르바이트생이나 위탁업체 근로자, 통학차량 운전자도 포함된다. 하지만 이를 위반하거나 규정 자체를 모르는 학원도 많다.

서울 모처의 한 태권도 학원은 사범들의 성범죄 경력 조회 사항을 비치해놓았다. 원장은 “남자 선생님이 많고 신체 접촉이 있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며 “학원에서 신경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 꾸려

한편 교육부는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꾸렸다. 교육과 여성 분야 민간 전문가 10인 내외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 제도 개선 방안 등을 함께 논의한다. 각 초·중·고에서는 시·도 교육청별로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한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구성했다. 비위 정도가 심각하거나 조직적 은폐·축소가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추진단이 모니터링과 특별조사를 진행한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성폭력 인식 개선을 위한 연수 과정도 신설한다. 사례 중심의 온라인 연수 자료도 제작·보급한다.

기존에 자체적으로 누리집에서 운영하던 교원 성폭력 신고센터를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로 개편해 신고도 직접 받는다. 기존에는 초·중·고교 교원 간 발생한 성폭력 문제만 신고 대상이었지만 교원과 학생, 교원 간, 선후배 사이 등 학내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폭력을 대상으로 한다.
 
 

 
plus  interview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
“아이들 입을 막는 건 어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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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의 핵심은 권력관계와 상하구조다. 성교육 전문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위촉 강사 손경이는 “권력관계와 상하구조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곳이 학교나 학원 등 교육현장”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없고 성에 대한 정보와 지식 수준이 현저히 낮아요. 성인인 서지현 검사도 권력관계 내에서 고통받다 폭로하기까지 8년이 걸렸는데 아이들은 오죽하겠어요. 그러니 어른들이 더 많은 것을 올바르게 가르쳐야 하고, 아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강력히 처벌해야 해요.”
 

‘귀엽다’ ‘착하다’ ‘똑똑하다’
칭찬 뒤 과한 스킨십

학생들에게 가장 쉽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귀엽다’ ‘공부 잘한다’ ‘착하다’는 말에 뒤따라오는 과한 스킨십이다. 선생이라는 이유로 ‘이 정도는 용인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걸까. 조직에서 징계를 받거나 형사처벌을 받아도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벌금을 내고 끝나기도 한다. 자신이 무슨 죄를 졌는지도 모르고 억울해하기도 한다. 그저 예쁘다고 만진 것뿐인데 애가 신고했다고.

“그루밍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영국의 한 가해자가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했던 수법이에요. ‘이건 착해서 하는 거야’ ‘괜찮은 거야’ 같은 말로 아이를 착한 아이로 길들여놔요. 그러면 아이들이 ‘착하면 이렇게 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헷갈리는 거예요. ‘네가 불편한 마음이 들었으면 엄마한테 이야기해라’고 가르쳐야 해요.”

미투 운동을 두고 이제 시작이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손경이 강사는 “이제 시작된 게 아니다”라며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도움을 요청했다”고 했다.

“우리 어른들이 못 알아들었죠. ‘예뻐서, 착해서 그렇다’ ‘가르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네가 예민하다’ 등의 말로 아이들 입을 막았던 거예요. 미투 운동은 그런 입막음에 화가 터진 거죠. 하도 못 알아들으니까 크게 폭로를 했는데,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고 믿어주지 않으니 ‘나도 당했어’ ‘나도’ ‘나도’ ‘나도’가 된 거죠. 전문가 입장에서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팠느냐면요.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이 알아줄 줄 알았대요. 아이들 눈에는 어른이 능력도 있고 늘 옳은 사람으로 보이잖아요. 많은 아이들이 그래요. ‘선생님, 저는 어른들이니까 제가 이야기를 하면 도와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래서 말하기를 멈췄어요’라고요.”
 

아이들 입 막는 잘못된 통념 지우고
자아존중감 키워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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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혼자 끙끙 앓지 않고 부모에게 말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 강사는 “엄마 아빠에게 말하게 하려면 아이 마음을 사야 하지 않겠느냐”며 “항상 엄마 아빠는 네 편이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머릿속에서 지우는 것”이라 강조했다.

“우리가 많이 들어온 말들이 있잖아요. ‘여자가 어딜 늦게 다니느냐’ ‘여자는 조신해야지’ ‘여자가 화장이 진하면 잡혀간다’ ‘술 먹고 뻗으면 네 잘못이야’ 같은 말을 들으면 피해자는 후유증이 생겨요. 신고도 안 하고 심한 경우 끙끙 앓다 목숨을 끊기도 하죠. 피해자가 잘못했다는 식의 통념에 부모님들이 휘말리지 말아야 해요. 21세기 아이를 키우면서 19세기 방식으로 가르치는 부모가 많아요. 새로운 버전의 성교육을 배워서 아이들을 구해야 해요. 아이들을 가르칠 생각보다 어른이 먼저 배웠으면 좋겠어요.”

손경이 강사가 두 번째로 강조한 것은 부모가 아이의 자아존중감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아존중감이 있어야 소리를 지르든 반항을 하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

“평소에 ‘너는 왜 쓸데없이 ○○을 했어’ ‘네가 하는 게 뭐가 있어’ ‘너 이럴 줄 알았어’ 같은 말을 하는 부모한테 어떤 아이가 와서 무슨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겠어요.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이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신고도 못 해요. 헤쳐 나가는 힘이 약하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키우는 게 시급해요.”

무조건 어른 말 잘 듣는 아이로 키우는 것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어른들한테 왜 말대꾸를 하느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뭘 아느냐’ ‘어른이 시키는 대로 어른 말을 따르라’는 말을 들어온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존중하거나 감정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어른 중에는 이상한 어른도 있다’ ‘모든 어른이 옳은 것은 아니다’고 가르친 아이와는 성폭력 위험이 닥쳤을 때 대처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

손경이 강사는 성폭력을 예방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려면 가정폭력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가정폭력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 마음에 두려움과 공포가 자라고 폭력에 대한 인지력도 자꾸 떨어지죠. 성폭력 피해를 그대로 입을 가능성이 높아요.”
 

무조건 엄마 혼자 해결하려 말고
아이도 부모도 전문가 도움 받아야

손경이 강사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 이상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성폭력이나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으면 부모보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가르쳐요. 엄마 아빠라고 모두 의식 수준이 높은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거죠. 첫 번째 2차 가해는 부모로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2차 가해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단 부모가 아이의 피해 사실을 듣는 것 자체가 힘들잖아요. 부모 얼굴이 어두우면 아이가 입을 닫아버려 진술을 더 못 듣기도 해요. 엄마 아빠도 처음 겪는 일이니 대처법을 잘 모르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은 신속하게 최대한 아이 입장에서 의료 지원, 법률 지원을 해줘요. 1366 해바라기센터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하세요. 부모 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 아빠 세 사람 모두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자녀를 학원에 보내거나 개인교습을 시킬 때 성범죄 경력 조회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성범죄 경력을 조회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학부모도 많아요. 교육단체에 경력 조회를 요구하세요. 초범은 어떻게 할 수 없어도 재범이라도 아이들과 만나는 걸 막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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