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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선고 전, 자택 찾아가보니

가압류 상태, 태극기 부대마저 외면?

2018-03-27 09:56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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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탄핵 1년을 훌쩍 넘겼다. 수감된 지도 1년이 다 돼간다. 오는 4월 6일, 선고를 앞두고 내곡동 자택을 찾아가봤다. 정작 주인은 한 번도 못 가본 집이다.
서울이라곤 믿기 힘들었다. 과연 ‘서울 속 시골’이라고 불릴 만하다. 내곡동은 강남에서도 차를 타고 20분간 한적한 도로를 달려야 나온다. 택시 기사는 “거주자가 별로 없어 콜도 거의 없는 곳”이라면서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마치 절간 같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집이 있는 곳은 안골마을이라 불린다. 전체 33가구로 이뤄진 작은 마을이다. 어귀에는 편의점, 만둣집, 감자탕집이 있다. 그 외에는 상점이 없다. 경로당과 작은 교회는 있다. 이웃 주택들은 모두 평범했다. 연식이 오래돼 보이는 집이 많았다.

큰길가에서 완만한 언덕을 따라 100m가량 올라가면 박 전 대통령의 집이 나온다. 그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주택들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집이다. 지난 3월 18일 찾았을 때 이곳은 예상대로 조용했다. 형광색 복장의 의경 2명이 언덕 아래쪽을 향해 서 있을 뿐이었다. “어디 소속이냐” 물었더니 “서울청 소속”이라고 했다. “취재진의 발길이 뜸한 것 같다”고 하자 “최근 들어 그렇다”고 했다. “요즘 (이 집에) 드나드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서로 눈치를 살피며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몇 가지 추가질문에도 그들은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집 바로 뒤로는 둘레길 입구가 있었다. 구룡산으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이었다. 집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발길을 옮기자 이들은 “뒤에는 산밖에 없다. 막다른 길이다”라고 했다.

자택의 검은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관리는 잘된 모습이었다. 연한 노란빛 외관과 누운 듯 뻗은 푸른 소나무가 눈에 띄었다. 외부로 뚫린 창문은 철저히 선팅이 돼 있었는데, 그마저도 연두색 블라인드를 쳐놓은 상태라 내부를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집을 둘러보고 내려갔다. 그제야 주민 한 명이 눈에 띄었다. 백발의 노인이었다. 다가가서 말을 걸려고 하자, 웃으면서 정중히 손사래를 쳤다. 그길로 조금 더 내려와 어귀에 있는 식당에 들어갔다. 식당 관계자에게 박 전 대통령이 이사 오고 달라진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워낙 조용하고 작은 동네라 큰 변화가 없다”면서 “다만 한동안 집회 때문에 주민들이 약간 피로감을 호소했었다. 하지만 다시 조용해진 지 꽤 됐다. 태극기 든 아저씨(태극기 부대)들도 요새는 안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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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이 이사오기 이틀 전까지 내곡동 자택에는 배우 신소미가 살았다. 이사를 앞두고 신소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가압류 상태, 주인 없는 집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6일 이곳으로 이사했다. 출소하면 이곳으로 올 계획이었다. 당시 이 집은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 인테리어를 하는 등 단장도 했다. 당시 인테리어를 맡은 관계자는 “이영선 전 경호관과 윤전추 전 행정관이 주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집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집은 한마디로 ‘유럽형 호화 저택’이다. 규모는 지상 2층, 지하 1층이다. 1층 면적은 153.54㎡이고, 대지 면적은 406㎡다. 방은 5개, 욕실은 4개다. 단독주택이지만 지하주차장은 10대가 넘는 차량이 들어올 정도로 넓다고 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화장실 세면대 등은 모두 고급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다”면서 “30명이 넘는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널찍한 정원이 이 집의 매력”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사 오기 이틀 전까지 배우 신소미가 이 집에 거주했다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소미는 이사를 앞둔 당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마지막… 내곡동 집… 참 많은 일들과 함께했는데 오늘이 마지막… 두 딸들 시집보내고 이제는 안녕~~~ 고마웠고 즐거웠고 행복했고… 또다시 내곡동 집 같은 곳을 만날 수 있을지… 율아 이제 내곡동 이모는 없단다”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에서 ‘널찍한 정원’을 볼 수 있다.

현재 이 주택은 가압류 상태다. 3월 20일 해당 주소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가압류는 2018년 1월 16일에 접수됐다. 추징보전액 36억5000만원에 대한 가압류인 것. 추징보전은 검찰이 범죄수익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가압류해두는 것을 의미한다. 등기원인은 ‘2018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추징보전명령에 기한 검사의 명령’이고, 권리자는 정부를 뜻하는 ‘국’으로 돼 있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내곡동 자택을 거래할 수 없으며, 추후 재판에서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이 집은 국고로 귀속될 전망이다. ‘주인 없는 집’이 사실이 되는 셈이다.
 

왜 내곡동? 공기 좋고 땅값도 좋고

당초 박 전 대통령 측은 새 거처로 파주 등 3곳을 검토하다 내곡동으로 낙점했다. 내곡동은 박 전 대통령 이사 전에도 여러 차례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주요 구 여권 인사들이 소유한 부동산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자택에서 직선거리로 390m 떨어진 곳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땅이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곳에 집을 지어 살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운영하는 농장도 바로 근처에 있다.

왜 내곡동일까. 부동산 관계자는 “내곡동은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평가받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곡동 일대에는 보금자리주택이 들어서는 등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떨어진 듯하지만 사실 접근성이 나쁜 편은 아니다. 경부고속도로와 맞닿아 있고 분당~내곡 도시고속화도로와 내곡 나들목과도 가깝다. KTX 수서역도 근처다.

진행이 더디긴 하지만 맞은편인 원지동에는 국립중앙의료원도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장점은 강남에 비해 땅값이 싸다는 것.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내곡동의 평당 시세는 약 2000만원 정도로 강남에 비해 절반쯤 저렴하다”면서 “접근성이 높고 공기도 훨씬 좋으면서 투자 가치도 있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들이 내곡동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 가격은 내곡동의 두 배가 넘었다. 지난해 3월 1990년부터 대통령 재임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거주하던 삼성동 자택을 67억6000만원에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내곡동 자택을 매입하며 남긴 시세차익은 39억원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당시 이사 이유로 삼성동 자택이 낡은 점과 국정농단 사태 이후 인근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집은 현재 방치된 상태에 가깝다. 삼성동 자택은 당시 마리오아울렛 홍성열 대표가 사들였다. 홍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을 추측하는 세간의 시선에 “일면식도 없다”며 잘라 말했다. 그는 작년에 이 집을 67억5000만원에 사들이면서 “시세보다 10% 정도 싸게 나와 별다른 이유 없이 투자 목적으로 매입했다”고 했다.
 
소유권 이전 1년쯤 지난 3월 18일 해당 주소지를 찾아가봤다. 투자 목적으로 사들인 부동산인 게 티가 났다. 인기척이 전혀 없었고, 외부로 뻗어 나온 나뭇가지는 모두 시들어 있었다. 대문에는 각종 요금 독촉장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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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독방에서 독서,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칭 관련 책 읽으며 수감 생활 

단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에서 영어의 몸이 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지난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했다.

같은 해 3월 31일 오전 3시 3분 서울중앙지법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같은 날 오전 4시 29분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출발해 오전 4시 45분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자 최초로 영장심사를 받아 구속된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지난해 4월 17일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같은 해 10월 16일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없다”며 ‘재판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구치소 내에서 보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유일하게 접견했던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이 넣은 <대망> <객주> <토지> 같은 대하소설을 주로 읽는다며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이후 다른 언론을 통해 만화 <바람의 파이터>를 비롯, <궁극의 스트레칭> 등 다양한 탐독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허리 디스크가 있고, 왼쪽 무릎에 물이 차 다리를 구부리기 어려워 통증 완화 차원에서 침대를 넣어달라고 구치소 측에 요청했으나 특혜라며 거절당한 일화를 전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영치품으로 두 권의 책을 추가로 받았다고 한다. 모두 스트레칭에 관한 운동 서적으로 스포츠 재활전문가 문훈기 박사가 쓴 <통증 잡는 스트레칭>과 정형외과 의사 나카무라 가쿠코가 지은 <궁극의 스트레칭>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되기 전부터 허리통증이 있다고 알려졌다. 수감 중에도 허리통증 치료를 위해 외부 진료를 받기도 했다.
 

선고 전망은? 최순실보다 중형 예상

이처럼 박 전 대통령은 다른 재소자들과는 마주치지 않는 공간에서 식사와 운동,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는 독서에 매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판 보이콧 이후 변호사 접견도 하지 않았으나 결심 공판을 앞둔 지난 2월 9일과 22일 두 차례 국선변호인을 접견했다.

앞으로 보름. 선고 전망은 어떨까.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농단 주범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징역 20년을 선고 받은 공범 최순실보다 더 중형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박 전 대통령이 받은 국정농단 관련 혐의는 모두 18개. 이 가운데 15개 혐의는 다른 공범들 재판에서 유죄로 판명된 상황이다. 특히 최 씨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13개 혐의 중 11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와 최 씨 재판부가 같기 때문에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민간인인 최 씨와 달리 공직자였기 때문에 뇌물수수 등으로 형이 가중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재판 보이콧을 선언하며 법정에 나오지 않은 것도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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