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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 아내와 10년만에 얻은 아들 살해한 유학파 사업가, 왜?

2018-01-25 10:29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신승희, 소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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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8년 차 가장이 동갑내기 아내와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7살 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정한 가장의 면모를 보여온 터라 더욱 충격이 크다.
홍콩 여행 중 아내와 7세 아들을 살해한 한국인 가장이 경찰에 체포됐다. 미국 유명 초콜릿 브랜드의 한국지사 대표 김모(43) 씨다. 김 씨 아내 송모(43) 씨와 아들(7)은 1월 14일 홍콩 웨스트 카우룽 지역의 5성급 리츠칼튼 호텔 스위트룸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었다. 송 씨 목에는 여러 군데 자상(刺傷)이 남아있었다. 아들 김 군 역시 목을 깊이 베였다. 현장에서는 길이 13㎝ 세라믹 칼이 발견됐다.
 

얼굴과 손에 상처… 아내와 몸싸움 추정
“술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

홍콩 경찰은 현장에 있던 김 씨를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체포했다. 가족과 함께 투숙한 방에서 넋이 나간 듯한 모습으로 앉아있던 김 씨는 경찰의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술에 취해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고 한다. 호텔 CC(폐쇄회로) TV를 분석한 결과 김 씨는 이날 호텔 내 술집 두 곳에서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신 뒤 방으로 돌아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씨는 같은 날 오전 7시께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업 실패로 막다른 지경에 몰렸다”며 “가족과 함께 자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친구는 한국 경찰에 급히 신고했고, 주홍콩 한국영사관이 홍콩 경찰에 연락했다. 오전 8시 30분께 영사관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김 씨 가족의 소재지로 찾아갔지만 송 씨와 김 군은 이미 침대 위에 숨져 있었다.

김 씨 얼굴과 손가락에 가벼운 상처가 나있어 아내와 약간 몸싸움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호텔 방에 저항 흔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정확한 사망 시각과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망 전 피해자들이 약물을 복용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김 씨는 현지 경찰 조사에서 “사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막다른 지경에 몰린 정도는 아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술을 마시고 취한 건 기억나지만 이후 필름이 끊겨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한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씨는 현재 홍콩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아내와 함께 초콜릿 카페 사업
한때 전국 20개 매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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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김 씨가 운영하던 회사 본사. (우) 굳게 닫힌 초콜릿 매장 입구에 등기 우편물을 찾아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 씨가 운영하던 초콜릿 회사는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처음 문을 열어 현재 미국과 캐나다 등에 약 380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수제 초콜릿 전문점이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사과에 초콜릿과 캐러멜, 각종 견과류 등 토핑을 입힌 디저트가 시그너처 메뉴로, 매장에서 초콜릿 제품이 제조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모티프가 되기도 한 기업이다.

김 씨는 이 초콜릿 회사의 한국 회사와 초콜릿 원재료 회사 등 두 개 브랜드를 관리하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아내 송 씨도 2016년 5월 감사로 취임해 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1등 디저트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로 서울 홍대, 여의도, 광화문, 가로수길 등 수도권과 부산 2개 매장 등 전국 핵심 상권에서 20개에 달하는 매장을 오픈했다. 과거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직영점이 30호를 넘어가면 자체 제조 공장을 건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매장이 하나 둘 문을 닫아 10개로 줄었다. 제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고 결국 급여 3개월치를 체불했다. 직원들이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제출했다. 아르바이트생이 청와대 게시판에 김 씨의 구속과 임금 체불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청원인은 “2017년 한 해 동안 월급을 제 날짜에 받아본 적이 없다”며 “현재(1월 5일) 대표라는 사람은 연락도 안 되는 행방불명 상태이니 구속해 조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 본사 직접 가보니…
“워낙 가정적인 분,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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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는 집기가 거의 빠진 상태다.

홍콩에서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 후 김 씨 초콜릿 회사 전국 10개 매장은 모두 영업을 멈췄다. 사건 발생 닷새 무렵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본사를 찾았다. 김 씨는 홍익대학교 정문 바로 옆에 자리한 5층짜리 건물 1층부터 3층까지는 초콜릿 매장으로 쓰고, 4~5층은 사무실로 사용했다.

문이 굳게 닫힌 매장 입구에는 노동청과 통신사 등에서 날아온 등기를 찾아가라는 우체국 안내장들이 붙어있었다. 불이 모두 꺼져있고 거의 모든 집기가 빠져나가 분위기가 을씨년스러웠다. 마침 보안시스템을 철거하러 온 경비업체 직원과 마주치기도 했다. 건물에는 커다란 임대 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미 건물이 나갔다”며 “예약이 완료된 상태”라고 전했다.

본사에는 10여 명의 직원이 근무했으나 대부분 떠나고 두세 명이 남아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있었다. 2년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김 씨가) 어떤 경위로 홍콩에 간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며 “워낙 가정적인 분이었기 때문에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얼마 전까지 “임금이 밀리고 회사가 힘들어도 힘을 내보자고, 열심히 해보자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대표님을 믿고 기다렸다”며 “이렇게 된 마당에 더 기다릴 수는 없어 정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가 언제 한국으로 오는지 들은 게 있느냐고 묻자 “홍콩에서 연락 받은 게 전혀 없다”고 했다. 미국 본사의 반응도 물었으나 “(김 씨가) 거의 1대 1로 소통했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유학파 사업가,
평범하고 다정하던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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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아내와 가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 씨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가족의 일상들.

김 씨가 등록한 페이스북 프로필에 따르면 그는 서울 강서구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한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다. 2001년 티브이 프로덕션 전공으로 학사를 마치고 교육공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으며, 같은 해 송 씨와 결혼했다.

그는 사업가이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평범한 일상을 공유해왔다. 아내와 아들 사진이 그대로 남아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자신의 일터에 가족을 데려가기도 하고, 주말이면 놀이동산이나 워터파크를 찾기도 했다. 특히 아들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자주 표현했다. 퇴근 후에는 자동차 장난감을 함께 조립하고, 주말이면 아빠 요리교실에 참석했다. 눈이 오면 썰매를 끌어주거나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 “아들이 빨리 크는 게 아쉽다.” “나의 에너지의 원천은 가족이다.” 그가 가족사진을 공유하며 남긴 글들이다.

하지만 그런 겉모습만으로 그가 가족들에게 다정다감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1세대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인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배상훈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과 글로 쉽게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다정한 사람이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들은 가족사진이나 아이들 사진을 노출시키는 패턴을 통해 진정한 애정인지 집착인지 구분할 수 있어요. 동반자살을 하거나 동반자살 시도를 하는 범죄자들이 대부분 평소 가족을 굉장히 생각하고 아끼는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삶과 가족의 삶을 분리하지 못하고 혼동하면서 자신이 힘든 걸 감추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거예요. 오히려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고생하고 이 모욕을 참는데’라는 생각을 자주 하죠.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면 버티기가 힘든 거예요.”

김 씨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서는 “술을 과하게 마셔 기억을 못 할 정도로 만취한 경우 오히려 흉기를 휘둘러 살인까지 가기 어렵다”며 “어느 정도 술을 먹고 범죄를 저지른 후 잊기 위해 술을 더 마셨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택적 인지 차단이라는 건데요. 잊고 싶기 때문에 자기 최면을 걸어서 실제로 기억을 못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데 정말 기억이 없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심문 과정에서 결국 다 털어놓죠. 살인을 저지르는 데 굉장한 용기가 필요할 것 같잖아요. 실은 그렇지 않아요. 스스로를 죽일 용기는 없는 비겁한 인간들이 가족을 먼저 죽인 다음 자신은 죽지 못하고 술 먹다가 잡히는 거예요. 사업 실패, 상대적 박탈감 그 어떤 것도 핑계가 될 수 없어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은 오히려 동반자살 같은 거 하지 않아요. 언급하고 싶지도 않아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입니다. 그 가장은 처벌받으면 되고, 부인은 자기가 선택한 남자였다고 해요. 아이는 무슨 죄가 있나요.”
 

유가족 현지에 도착해 장례 준비 중
유죄 확정되면 홍콩서 무기징역

김 씨는 체포 후 퀸엘리자베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마치고 홍콩 경찰에 구속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법에서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 사형제 폐지 국가인 홍콩은 18세 미만인 자를 제외하고는 살인범이라면 예외 없이 무기징역을 선고한다. 홍콩 내에서 살인을 공동 모의하거나 교사한 모든 사람은 국적이나 시민권에 상관없이 무기징역에 처한다.

법무법인 더쌤의 김광삼 대표 변호사는 “유죄가 확정되면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홍콩에서 처벌받게 된다”며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도 자신이 속한 나라의 법을 적용받는 속인주의에 따라 만약 20~30년 후 가석방되어 한국에 돌아오더라도 살인죄 공소시효제가 없어졌기 때문에 한 번 더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족은 지난 1월 15일 홍콩에 도착해 주홍콩 영사관의 도움을 받아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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