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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의 신생아 사망 사건, 현장에선 무슨 일이?

2017-12-27 11:03

취재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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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조그만 상자를 부여잡고 한없이 오열했다.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신생아 4명의 유족들은 아기 시신이 든 상자를 쉽게 놓지 못했다. 품에 한번 안아보지 못한 아기를 허무하게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이대목동병원에 다녀왔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 중인 수사관들.
충격적이고도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월 16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서 여아 2명, 남아 2명 등 총 4명의 신생아가 연달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불과 1시간 20여 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던 미숙아들이었는데, 인큐베이터 중 3개는 일렬로 나란히, 1개는 바로 옆줄에 위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증상을 보인 것은 조모 군(생후 6주)이었다. 조 군에게 오후 5시경 심정지 증세가 나타난 것을 시작으로 안모 양(생후 24일), 백모 군(생후 5주), 정모 양(생후 9일)에게 잇따라 서맥 증상이 나타났다. 결국 잠시 뒤 4명 모두에게 심정지가 왔고, 신생아들은 숨을 거뒀다. 

사망 전 신생아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복부 팽창 흔적이 발견됐다. 12월 18일 진행된 부검 1차 결과에 따르면 숨진 아기들에게 소·대장의 가스 팽창 소견이 육안으로 관찰됐다.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의 유전자 염기서열까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숨진 신생아들이 모두 같은 세균에 감염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해당 균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인지는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숨진 신생아 4명이 심정지 전 같은 수액을 맞았던 것을 토대로 사망 원인이 수액 또는 주사제와 관련 있을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사건은 국과수 부검 등 추가적인 조사가 마무리된 후에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은 병원 측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숨진 아기들의 부모들은 아기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의료진에게 알렸더니 “별일 아니니 걱정 말라”는 답을 듣거나 위생 장갑도 끼지 않고 아기들을 다루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유족 중 한 명은 SBS와 인터뷰에서 “아기들은 (사망 전인) 금요일 저녁 면회 때까지만 해도 다 멀쩡했다”며 “병원 측에서는 중증 환아였기 때문에 죽었다는 뉘앙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고 당일 아기 엄마가 면회를 갔는데 심박수가 불안정해 의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계속 “가고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했다.

아직 숨진 신생아들에 대한 명확한 사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인지라 병원 측 과실을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그 불안감의 근원이 된 현장, 이대목동병원에 직접 다녀왔다.
 

<현장 르포>
사건 발생 72시간 후, 이대목동병원은?

오전엔 발인, 오후엔 압수수색
경비 삼엄했던 11층 신생아 중환자실

지난 12월 19일, 신생아 사망 사건이 발생한 이대목동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1층 로비부터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당일 오전에는 사망한 신생아들의 발인이 있었고, 오후에는 압수수색이 있었기 때문이다.

병원 안으로 들어오는 환자 중에는 유독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이 많았다. 특히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찾은 영유아 환자들의 경우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병원을 나가기 전 카운터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손을 닦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오후 2시경 병원에 도착한 기자는 먼저 압수수색이 벌어지고 있는 신생아 중환자실이 위치한 병원 11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이곳 역시 기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직원으로 보이는 유니폼을 착용한 남자 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전화 통화를 하느라 복도를 오가는 기자를 제지하는 등 삼엄한 경비 태세를 보였다. 한때 기자들이 11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자 병원 직원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11층에 기자들 출입을 막고 있다”고 전했지만 막상 다시 올라가보니 여전히 기자들로 북적이는 상태였다.

출입이 통제된 11층 신생아 중환자실 너머로 압수수색을 위해 나온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수사관들이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중 한 수사관이 잠시 밖으로 나왔다. 기자가 언제쯤 압수수색이 끝날 것 같은지 묻자 “좀 오래 걸릴 거다”고 답하기도 했다.
 

“병원 옮기러 서류 떼러 왔다”
이대목동병원, 전원 원하는 부모들로 북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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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로 숨진 신생아 중 한 명의 발인식.

이날 소아과가 위치한 병원 2층에서 만난 4살 아이 엄마 김혜민(26) 씨는 “아이 연골에 혹이 발견돼 병원에 왔다. 지금 병원에 다닌 지 3주 됐는데, 뉴스를 보고 너무 불안했다”며 “이번 사건 때문에 불안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서류를 떼러 왔다. 3월에 다시 오라고 했는데 오늘 마지막 진료를 보고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가 타고 있는 앞부분이 덮개로 모두 막힌 유모차를 가리키며 “병원 위생이나 감염 문제가 걱정되어 유모차를 끌고 왔다”고 덧붙였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병원 측의 미흡한 관리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전원을 고려했다는 보호자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신생아의 보호자 A씨는 “(사건 전부터) 시스템에 문제가 많았다”며 “신생아 사망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예약을 했는데 다음 날 사건이 터졌다”고 답해 충격을 줬다. 그는 이어 “의료진의 태도가 안일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소하게는 예방접종을 했는데 동네 병원에 가보니 접종 기록이 등록되어 있지 않다거나 분유를 먹였다고 얘기했는데 피검사를 진행해 재검사하게 만드는 일이 반복됐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아기한테 주삿바늘을 또 꽂아야 하는 게 화가 났다. 아기들은 주삿바늘을 목에 꽂지 않나. 집이 근처인데 멀어도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이라 다닌 건데, 사람들이 왜 여기(이대목동병원)를 다니느냐고 묻더라”며 주변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불안하다”
입원 환자들도 좌불안석

통원 환자뿐 아니라 입원 환자도 병원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병원에 입원한 손주의 휠체어를 밀어주던 보호자 B씨는 기자가 병원 분위기를 묻자 가던 걸음을 멈추고 “당연히 불안하죠”라고 답했다. 신생아 중환자실과 같은 층인 11층에 입원한 환자들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출입카드를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병동 유리문 너머로 취재진을 기웃거리는 입원 환자들도 볼 수 있었다. 한 보호자는 압수수색을 위해 신생아 중환자실로 들어가는 수사관의 뒷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11층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로 추정되는 이들 중 몇몇은 마스크를 쓰고 이동했다.
 

신생아 사망 사건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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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 부착된 중환자실 폐쇄 안내문.

# 의료진이 동의 없이 임상시험 했다?

12월 19일 낮, 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유족 A씨는 “10월 28일 새벽 1시께 아이를 낳아서 경황이 없는 중에 간호사가 10여 장의 동의서에 사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동의서에는 미숙아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약물 등 데이터들을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는 데 보호자의 동의를 구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그는 동의서가 임상시험과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수차례 자료를 요구했지만 아직 병원 측의 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만일 유족들의 주장대로 의료진이 동의 없이 신생아들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신생아 사망 사건, 과거엔 없었나?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들의 혈액에서 발견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은 ‘그람음성균’에 속한다. 그람음성균에는 살모넬라균, 이질균, 티푸스균, 대장균 등이 포함된다. 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생기는 균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그람음성균 때문에 신생아가 사망한 사건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처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대한신생아학회와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2011년 5월부터 2012년 4월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그람음성균 양성 판정을 받은 미숙아 45명 중 최소 2명 이상이 균 때문에 목숨을 잃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들에게서 검출된 균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들이 감염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아닌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이었지만, 둘은 그람음성균 종류에 속하는 균이다. 이 같은 내용은 2014년 대한신생아학회지에도 상세히 보고되어 있다. 학회지에 실린 논문에는 아시네토박터균의 감염 위험 요인으로 저체중, 기관 삽관, 정맥 영양공급, 수술 등을 꼽았다. 의료진의 손 위생 상태나 감염 환자가 머무는 침상 위치 등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신생아 사망 사건 재발 방지’ 근본 대책은?

우리나라 출산율은 해마다 줄고 있지만 2.5㎏ 미만 미숙아 출생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인큐베이터에서 집중 치료해야 하는 극소 저체중아도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신생아 중환자실의 병상을 1716개까지 늘렸으나, 예상치 못한 고위험 신생아 치료까지 대비하기 위해선 169개 병상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의료진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대한신생아학회에 따르면,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61곳의 경우 전문의 한 명이 신생아 10명을 돌보는 곳이 82%였다. 한 명의 전문의가 20명의 신생아를 돌보는 곳도 무려 13%에 달했다.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 신생아 전문의 한 명이 신생아 3455명을 돌본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본의 4.4배 수준이다. 이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이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신생아 중환자실의 시설 개선과 의료진 확충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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