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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랑 달라! 마이웨이 재벌 3·4세들

2017-11-15 13:07

취재 : 서재경 기자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뉴시스, 루트 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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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은 뒤 기업 후계자가 된 여느 재벌 2세들과 다르다. 소신을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후광이 비추는 탄탄대로 대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괴짜 재벌 3·4세들을 소개한다.
‘재벌 출신’ 비영리단체 대표
현대家 정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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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젊은이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동네로 손꼽히는 성수동에 지상 8층, 지하 1층 규모의 건물이 들어섰다. 건물 이름은 ‘헤이 그라운드’, 건물의 용도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공유사무실)’다. 500여 명의 청년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성수동의 실리콘 밸리’ 같은 공간이다.

이 핫한 건물에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다. 10월 18일, 문 대통령은 이곳에서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했다. ‘헤이 그라운드’를 선택한 이유는 일자리 정책에서 사회적 경제 기업이 큰 축을 차지한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헤이 그라운드’ 주인이 소셜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 임팩트’이기 때문이다.

‘헤이 그라운드’를 처음 설립한 주인공은 고(故)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 정경선 HG이니셔티브(소셜 벤처 투자회사) 대표(CEO)다. 그는 원래 ‘루트 임팩트’ 대표로 재직하다가 지난 8월, 유학길에 오르며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정 대표 뒤를 이어받은 허재형 대표가 8월 16일부터 ‘루트 임팩트’ 대표로 재직 중이며, 정 대표는 최고기술경영자(CIO)로 보직을 변경했다. 그는 현재 미국 뉴욕 소재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을 밟기 위해 2년의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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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수동 ‘헤이 그라운드’
2 셰어 하우스 ‘디웰’

정 대표가 사회적 기업과 함께 사는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학창시절 영향이 크다. 그는 학창시절 자신의 모습을 잘 못 노는 ‘찌질한’ 학생으로 묘사한다. 한 인터뷰에서 “집안 배경이 있어서 그런지 얻어맞지는 않았다. 그러나 친구들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대해 선생님들조차 ‘맞는 놈이 못난 놈이지. 공부나 해’라는 분위기였다”고 그 시절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들을 짓밟는 모습을 보며 정 대표는 사회적 약자와도 ‘함께 사는 세상’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전한다.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8년엔 ‘쿠스파’라는 동아리를 창단한다. 문화예술 행사를 열고 행사에서 거둔 수익금을 비영리단체에 기부하는 단체였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체인지 메이커’들을 발굴·육성하는 회사 ‘루트 임팩트’를 설립한다. 현재 대표로 재직 중인 HG이니셔티브는 사회적 가치와 재무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벤처 업체들에 ‘임팩트 투자(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업체에 투자해 사회 변화를 일으키는 투자 방식)’를 하는 곳. 그가 설립한 두 회사는 모두 사회적 기업이다.

정 대표가 기획한 ‘헤이 그라운드’ 외에 사회적 기업가들을 위한 셰어 하우스 ‘디웰’ 등도 성수동 일대를 젊은 사회적 사업가들의 밸리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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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윤 회장

사재까지 털어 지원해주는
극진한 아들 사랑

정 대표가 사회적 기업을 이끌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 회장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정 대표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루트 임팩트’는 아버지 정 회장의 사재로 상당 부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루트 임팩트’의 2014~2016년 총 사업 수익은 36억원대. 이 중 90%에 달하는 32억원이 정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메워졌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아들을 위해 통 큰 투자도 아끼지 않는 정 회장의 모습에서 아들에 대한 사랑이 엿보인다.
 
 
 
공부 못하는 ‘꼴등’에서 ‘광고 천재’까지
두산家 박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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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인 박서원 부사장.

박서원 오리콤(두산의 광고 계열사) 부사장(37세)은 익히 알려진 두산家의 별종이다. 박용만 두산 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인 박 부사장은 엘리트 코스를 척척 밟은 동생, 친척들과 달랐다. 박 부사장은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공부를 정말 못했다. 고등학교 때 53명 중에 50등을 했는데 뒤에 있던 두 명은 취업반이었고, 한 명은 운동부였다. 사실상 꼴찌였다”고 밝혔다. 정원 미달인 학교를 찾아 헤맨 끝에 간신히 경영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3학기 연속 학사경고를 받은 그는 결국 대학을 중퇴한 뒤 도피성 유학길에 오른다. 1999년, 웨스턴 미시간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곳에서도 수차례 전공을 바꾸며 마음을 붙이지 못한다.

그러던 박 부사장이 ‘마이웨이’를 걷게 된 계기는 디자인 덕분이다. 우연한 계기로 디자인에 흥미를 느낀 그는 군 복무 이후 산업디자인으로 전공을 옮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디자인 공부에 날 새는 줄 모르고 하루 두 시간씩 잠자면서 공부했다. 27세, 그는 마침내 뉴욕 비주얼 아트 스쿨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다.

아트 스쿨에 다니며 그는 ‘광고쟁이’의 길을 걷게 된다. 2006년, 대학교 2학년이던 박 부사장이 한학교를 다니던 친구들 4명과 의기투합해 광고 회사를 차린 것. 세계 유수의 광고제를 휩쓴 그 유명한 ‘빅 앤트 인터내셔널’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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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면세점 개점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서원 부사장과 배우 송중기, 조용만 두타몰 대표.

박 부사장은 소규모 광고 회사를 운영하며 성공한 광고 제작자로 발돋움했다. 옥외 반전 포스터 광고였던 ‘뿌린 대로 거두리라(What goes around, comes around)’가 그의 대표작이다. 전봇대를 둘러싸는 형태로 만들어진 해당 광고는 총을 들고 있는 군인의 총구가 기둥 한 바퀴를 돌아 결국 자신의 머리를 향하도록 제작됐다. 해당 광고는 세계 5대 광고제에서 12개 상을 휩쓴다. 방황하던 두산家의 이단아는 그 방황의 시기 덕분에 세계를 제패한 광고인이 됐다.

예측할 수 없는 행보는 계속됐다. 2014년엔 돌연 ‘콘돔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콘돔은 섹스를 강요하는 제품이 아니라 나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역설한 그는 콘돔 이름도 ‘바른 생각’으로 지었다. 콘돔 사용이 남을 배려하고 나를 보호할 줄 아는 ‘바른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임을 의미한다고.

박 부사장 창의력의 원천이 되어주던 ‘빅 앤트’는 지난 4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산을 결정했다. 경영 실적이 부진한 탓이었다. 오리콤 관계자는 해산 결정에 대해 “박 부사장이 ‘오리콤’을 맡으며 빅 앤트 사업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박 부사장에게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던 ‘빅 앤트’ 시대는 끝났지만 그의 ‘마이웨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열린 ‘부산국제광고제’ 크리에이티브 총괄로 위촉돼 광고인으로서 또 한 번 인정받았다. 또한 오리콤에 속해 있는 <보그(VOGUE)>, <지큐(GQ)>, <더블유(W)> 등 글로벌 패션 미디어 사업을 담당한다는 명성에 걸맞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느 패셔니스타 못지않은 센스를 뽐낸다. 명품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 에디션인 ‘루이비통×슈프림’ 후드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옷을 사기 위해 박 부사장은 밤새워 줄을 서기까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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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뭘 해도 좋으니 좋아하는 것을 찾아라”

박 대표는 인터뷰에서 유독 아버지 박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학창 시절 ‘문제아’로 분류되던 박 대표를 끝까지 믿어준 것이 박 회장이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께) 공부 못한다고 혼난 적은 없다”며 “뭘 해도 좋으니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하라던 아버지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고 했다. 가문의 별종으로 여겨지던 박 대표를 너른 마음으로 포용해준 아버지의 마음이다.
 
 
 
‘300대 1’ 경쟁률 뚫은 뮤지컬 배우
오뚜기家 함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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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무한동력> 연습실 공개. 왼쪽에서 두 번째가 함연지 씨.

‘연예인 주식부자’ 순위 리스트에 다소 낯선 이름이 올랐다. 이수만(SM엔터테인먼트 회장)·양현석(YG엔터테인먼트 회장)·배용준(배우)·한성호(FNC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쟁쟁한 인물들과 나란히 ‘주식부자’로 어깨를 나란히 한 이는 배우 함연지였다. 함 씨는 ‘오뚜기’ 창업주인 함태호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함영준 회장의 장녀다. 지난 2015년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된 ‘오뚜기 카레’ 광고에 등장한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 바로 함 씨다.

함 씨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인재다. 그녀는 졸업 후 뉴욕대 티쉬 예술학교에 진학해 연기를 전공했다. 대학에 입학하면 일단 경영학을 전공하고 보는 보통 재벌가의 자제들과는 다른 행보였다.

함 씨는 2014년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 화려하게 배우로 데뷔했다. 무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 역의 얼터너티브(메인 캐스팅 배우를 대신에 낮 공연이나 주중 공연을 맡는 배우)로 발탁된 것. 이는 신인에게 주어진 기회치곤 상당히 큰 기회였다. 이후 함 씨는 작품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착실히 자신만의 작품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같은 대형 뮤지컬 작품에도 출연한 바 있으며, <무한동력> <지구를 지켜라>처럼 웹툰과 영화를 원작으로 한 소규모 창작 뮤지컬에도 얼굴을 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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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지구를 지켜라> 캐스팅 보드. 아랫줄 오른쪽 두 번째가 함연지 씨.

그러나 불명예스러운 소문이 항간에 돌기도 했다. 함 씨가 뮤지컬에 출연했다 하면 해당 뮤지컬에 ‘오뚜기’ 직원들이 단체 관람을 온다는 것. 뮤지컬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이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떠돈 바 있다고 말했다. 연극·뮤지컬 팬들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한때  함 씨를 ‘함뚜기(함연지+오뚜기)’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그녀의 배우 활동을 ‘오뚜기’의 후광으로 보는 누리꾼들의 비판 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오뚜기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결과 “개인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선 기업 차원에서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함 씨는 어린 시절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꿔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당시 16세이던 함 씨는 뮤지컬 <헤어 스프레이>의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해당 영상에서 그녀는 앳된 목소리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2월, 함 씨는 유부녀가 됐다. 상대는 대기업 임원의 아들로, 현재 홍콩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남성으로 알려졌다. 결혼 후에도 그녀는 ‘뮤지컬 배우’란 타이틀을 놓지 않고 있다. 두 달 전 9월엔 난지 한강공원에서 열린 <2017 더 뮤지컬 페스티벌 인 갤럭시>에도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실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앞으로도 뮤지컬 배우로서 ‘마이웨이’를 걷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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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회장

딸이 출연한 뮤지컬 보러 가는
‘멋쟁이 아빠’

함 씨가 연극 <무한동력> 무대에 오르자 함 회장은 아내와 함께 딸의 공연을 보러 갔다고 한다. 함 씨는 한 인터뷰에서 “엄마랑 아빠가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재미있다고 하셨다”며 함 회장이 공연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해줬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그 밖에 독특한 길 걸은 재벌 3세들….
 
실리콘 밸리 창업 대박 | LS家 구본웅
2011년, 미국에서 벤처 캐피털 업체인 포메이션8을 설립한 구본웅 대표는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LS니꼬동제련 구자홍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포메이션8을 설립 2년여 만에 성공 궤도에 올려놓으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도 주목받는 사업가로 자리매김했다.

1만 부 판매된 동화책 작가 | 한진家 조현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진에어 부사장은 다소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바로 동화작가로 이미 네 권의 책을 펴냈다는 점이다. 지난해 9월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 네 번째 편인 호주 케언스 편을 출간했다. 그가 낸 책은 1만 부 이상 판매되며 어린이 책 시장에서 일정 수준 성공을 거뒀다.
 
신해철과 ‘무한궤도’ 멤버로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 효성家 조현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변호사는 대학시절 가수 고(故) 신해철과 함께 밴드 ‘무한궤도’로 활동했다. 당시 신해철은 보컬과 기타를, 조 변호사는 신시사이저를 맡았다. ‘무한궤도’는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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