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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정에서의 말말말

모친과 아들딸들의 근황은?

2017-08-25 13:00

취재 : 황혜진 기자  |  사진(제공)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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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그동안 그는 국내 최대재벌인 삼성가의 유력한 후계자로 일반인들에겐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런 그가 재판정에 선 뒤 많은 말들을 쏟아내며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판과정 비하인드, 그리고 이를 가장 애타게 바라보는 모친 홍라희 여사와 두 자녀의 근황도 알아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4백33억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로부터 12년을 구형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17일 구속돼 그달 28일 기소됐다. 3차례의 재판준비 절차를 거쳐 4월 7일 첫 공판이 시작된 이래 결심공판이 있기까지, 평균 주 3회꼴로 총 53차례 재판이 열렸다.

약 160일간 이루어진 그의 재판은 숱한 화제를 낳았다. 국민적 관심이 지대해 방청권을 받기 위한 인파로 법원이 붐볐고, 방청객이 소란을 부려 퇴정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재판 시작 후 4개월 만에 이 부회장이 직접 진술을 하면서 그의 입에 이목이 쏠렸고, 마지막 공판을 보려는 시민들이 선착순 방청권을 받기 위해 1박 2일간 줄을 서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구치소에서 산 360원짜리 노트
눈물 보이며 읽어 내린 최종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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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자리를 깔고 기다리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재판심리가 종료되는 날이던 8월 7일 이 부회장은 초록색 노트를 손에 쥐고 차분한 표정으로 호송차에서 내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그는 구치소에서 판매하는 360원짜리 노트에 피고인으로서 마지막 의견을 밝히는 최후진술 내용을 자필로 적었다고 한다.

법정에 들어선 이후 차분한 자세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 차례가 되자 들고 온 노트에서 진술 내용이 적힌 부분을 찾아 펼쳤다.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에 쥔 노트를 가슴 높이까지 들어 올린 이 부회장은 “구속 수감된 지난 6개월 동안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최종진술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몇 개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복잡한 법적 논리들도 이해하기 힘들었고,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면서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했다. 다 제 책임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특히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을 언급하며 “창업자이신 저희 선대 회장님, 죄송합니다”라고 한 뒤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거렸다. 이어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면서도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주신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라고 말한 뒤 물로 목을 축이고 “삼성이 잘못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저도 나름 노심초사하며 회사 일에 매진해왔다”며 “이번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을 통해 많은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났다. 이 모든 게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진술 도중 노트를 쥐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는 자신을 가리키며 “제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뭘 부탁한다든지 그런 기대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호소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국민연금에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노트에서 눈을 떼고 재판장을 주시하며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서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그런 욕심을 부렸겠습니까. 너무나 심한 오해이고 정말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을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사과한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회장님께는 자주 야단을 맞았지만…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 들은 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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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와병과 장남의 구속, 장녀의 이혼 등 끊이지 않는 가정 내 각종 악재에 홍라희 여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지인의 장례식장 빈소에서 동생인 홍라영 전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과 조문을 하고 있는 모습.

앞선 공판에서 있었던 직접진술에서는 이 부회장의 평소 생활이나 성격, 속마음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대목도 있어 눈길을 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여자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는 내용의 말이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단의 피고인 심문에서 “2차 독대 당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승마협회 지원이 미흡하다는 질책을 들었다는 것을 다소 확대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자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는데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들은 것이) 처음이라 제가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저희 회장님께는 자주 야단을 맞고 독한 훈련을 받았지만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다”며 한 말이다.

앞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도 비슷한 내용의 말을 했다. 최 전 실장은 법정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야단맞았다길래 ‘야단맞은 적이 없는 사람인데 진짜 야단맞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 부회장의 자존심이나 자신감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면담 때 자신에게 ‘한화보다 승마 지원이 못하다’고 해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한 것. 그러면서 “한화보다 잘하는 게 어려울 것 같지도 않고…”라고 말해 또 한 번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의 일화도 소개됐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JTBC와 홍 전 회장으로 인해 질책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도 상세히 증언하며 이야기한 부분이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께서 홍 회장이 외삼촌 아니냐, JTBC가 왜 이리 정부를 비판하느냐면서 JTBC 뉴스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며 “질책 정도가 아니라 삼성을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배후로까지 의심하며 홍 회장과 JTBC를 비판했다”고 말했다. 이어 “2차 독대에서 승마협회 지원이 미흡하다며 들은 질책보다 질책이 훨씬 강도 높고 무거운 분위기였다”며 “당황해서 고민하다 곧바로 홍 회장을 찾아뵙고 박 전 대통령의 말씀을 글자 하나하나 그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부친인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말실수를 하고 다급하게 정정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다 “(이건희) 회장님이 살아 계실 때부터”라고 말했다가 “회장님이 건재하실 때부터”라고 다급히 바로잡았다.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이 ‘말실수’를 한 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이었다. 때문에 2014년 호흡곤란과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진 이후 퍼졌던 사망설이 재점화됐다.
 
 
집안 우환에 깊어지는 시름
수륙재 지낸 홍라희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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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애호가인 이재용 부회장이 아들과 딸을 데리고 경기장을 찾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곤 했다.

모친인 홍라희 여사는 이 부회장 결심공판을 앞두고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해운정사를 찾아 수륙재(水陸齋)를 지냈다. 수륙재는 바다와 육지를 떠도는 억울한 원혼들을 달래는 불교의식이다. 2014년 5월 자택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키며 쓰러져 아직까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남편 이건희 회장과 재판을 받고 있는 아들을 위해서였다.

7월 20일 수행원 1명과 함께 절을 찾은 홍 여사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잠시 만난 뒤 2시간 40분가량 의식을 치렀다. 수륙재가 진행된 대웅전에는 이건희 배상, 이재용 배상이라고 적힌 난 화분이 놓였다.

남편의 와병과 장남의 구속, 장녀의 이혼 등 끊이지 않는 가정 내 각종 악재에 홍 여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들이 구속된 후에는 “가슴이 찢어진다”거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다”며 주위에 참담한 심경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실한 원불교 신자인 홍 여사는 집안에 우환이 있으니 조상을 잘 모셔야겠다며 조계종에 수륙재를 지낼 만한 곳을 수소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륙재가 진행된 날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장녀인 이부진 사장과 맏사위인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판결이 예정된 날이기도 했다.
 
 
자식 사랑 끔찍했던 이 부회장
아들과 딸의 근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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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의 딸 원주 양의 SNS에 올라온 최근 사진. 어렸을 때부터 눈에 띄었던 인형 같은 외모가 여전하다.

이 부회장의 자녀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09년 이혼한 임세령 대상그룹 상무와의 사이에서 1남 1녀를 둔 이 부회장은 지극한 자식 사랑으로 정평이 나 있다. 자녀들이 어릴 때부터 야구경기 관람을 함께 즐기고, 아들의 학예회 공연이나 딸의 발레 공연을 보러 온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기자들에게 갤럭시S6의 카메라 화질을 뽐내기 위해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준 일화도 유명하다.

자녀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2월 구속된 이후 면회가 이루어진 적은 없다. 이혼 후에도 임 상무가 졸업식이나 입학식 등의 행사에 홍라희 여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바가 있어 임 상무는 두 자녀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들 지호(17) 군은 2013년 사립학교인 영훈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재단의 영훈국제중학교에 입학했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아들의 학예회 공연을 보기 위해 출장 직전 학교에 방문했다가 공항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부정입학 논란이 일어 지호 군은 학교를 자퇴하고 유학을 떠났다. 같은 해 9월 미국 동부에 위치한 사립 기숙 중학교에 들어갔으며 입학식에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국에 있다면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을 나이지만 소재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딸 원주(13) 양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됐다. 3년 이상 외국에 거주했거나 부모가 외국인일 경우 입학자격이 주어지는 서울의 모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학교는 주요 국가의 외교관 자녀들과 정재계 인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곳으로 졸업생 대부분이 미국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주 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방과 후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에 다녔다. 아카데미에 입학한 해에 초등 1~3학년 수강생 중 오디션을 거쳐 4명 안에 들어 <호두까기 인형> 무대에서 역대 최연소로 호두까기 인형 역을 맡기도 했다. 이후 단역, 조연, 주·조연을 맡으며 발레 실력을 점차 향상시켜왔다. 초등 5학년 때는 한국발레연구학회 콩쿠르에서 동상, 이듬해에는 한음무용콩쿠르에서 은상을 수상했다.

이 부회장은 딸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연말이면 꾸준히 공연장을 찾아 ‘딸바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원주 양이 주인공의 어린 시절 역할인 어린 마리를 맡은 지난해에는 공연에 오지 못했다. 한창 ‘최순실 청문회’가 진행 중이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대신 모친인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와 큰고모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방문했다.

원주 양의 모습이 언론에 포착된 것은 손에 꼽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 부회장과 함께 야구장을 찾거나 공식석상에 나선 모습뿐이다. 대신 또래들처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기 때문에 근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공개 계정이라 많은 게시물을 볼 수는 없었지만, 설정해놓은 프로필 사진을 보면 어렸을 때부터 눈에 띄었던 인형 같은 외모가 여전하다. 자라면서 아빠와 큰고모의 또렷한 이목구비를 더욱더 닮아가고 있는 듯하다.

SNS 친구를 맺은 지인들은 주로 학교 동문들과 국립발레단 발레리나들을 비롯해 발레를 함께하는 동료 및 선후배들이다. 친구들과 주고받은 댓글을 보면 방탄소년단, 프로듀스 101 등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진을 공유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보이는 배우 이서진의 조카와도 친구를 맺고 있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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